나이가 들어서 참 좋다
나이가 들어서 참 좋다 / 혜원 박영배
나이가 들어서 참 좋다
살아온 발자취를 단단히 딛고 역경과 고난의 훈장을 달고 나니
천둥도 예사롭고 비바람도 친근하다
쫓아오는 것 없어 으르렁댈 일 없고 밤잠 설칠 일 없으니
신경 쭈뼛 세울 일 없고 아침에 일어나 머리 다듬는 일이나
신발 끈 쪼아 멜 일은 더더욱 없다
이기면 뭘 하고 지면 어떠냐
미워할 일 없고, 경쟁도 필요 없다
대쪽같은 자존심 세워 목에 힘 줄 일 없고
벙거지 덮어쓰고 헐렁한 차림으로 장바닥에 서서
호떡을 찢어 먹어도 그 맛이 꿀맛이거늘
이 나이에 못 할 게 뭐가 있을까
친구 같은 아내 손 붙잡고 청산에도 가고
산 넘고 물 건너 구만리 콩마을도 가고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모란시장에 가서
맑고 깨끗한 나물이며, 과일이며 바리바리 싸 들고나온
순진한 사람들도 만나고
하늘처럼 맑은 눈을 가진 강아지도 구경하고
순댓국에 배를 채우면 세상에 부러울 것 없다
우리 부부 기억도 가물가물, 할 일도 깜빡깜빡
둘이 보태야 하나 되고, 안 될 때도 있지만
고래고래 호통칠 망태 할매 없으니
걱정은 되지만 활짝 웃을 수 있어 좋다
부서지는 모래알 흘리기도 하고 놔주기도 하면서
머리를 식혀줘야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겠지
서로 다독이며 주섬주섬 챙겨주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삐뚤빼뚤 황혼길 조심조심 붙들고 걷다가 소풍에 이르는 날
감사한 마음으로 훌훌 떠나는 거다
나이가 들어서 정말 좋다
동행할 아내가 있으니 더욱더 좋다
봄비가 소리없이 내리는 4월.
내일이면 더 곱게 연록으로 변할 산야.
모두가 코로나19로 힘든 나날이지만
고운 글과 음악으로 힘을 냅니다.
박영배 시인님의 글이 너무 좋아 함께 하면서...
우리도 아름답게 나이들기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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