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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설의 아름다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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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 고경숙 (봄을 기다리며...)

by 송설여행 2019. 3. 27.

 


 

봄을 기다리며... 

 

 

 

 

          노루귀    고경숙

 

 

산새 아직 찬물 찍어 세수하는

골짜기를 지나

포르스름 연초록 풀빛 번지는

내변산 능가산 등성이를 오른다

비탈길 내딛는 걸음걸음

사각거리는 갈잎 사이사이

햇살 한 줌까지 모아 쥐고

옹색하다 자리 투정한 적 없이

혼신의 힘으로 털보송이 꽃대 밀어

귀 쫑긋 내미는 신비의 꽃이여

참, 여여도 하구나

 

 

꼿꼿하게 앞만 보고 걷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 않을 터

순수의 눈으로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만 보이는,

꽃이 질 무렵에야 노루귀 닮은 잎이 돋는,

그리해서 인내와 신뢰를 꽃말로 간직한 넌

가난한 햇살, 청청한 바람 앞에

앙증맞은 귀 쫑긋 세워

세상의 맑은 소리 귀담아듣는가

내 안에도 그 귀 하나 꿈으로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