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노루귀 고경숙
산새 아직 찬물 찍어 세수하는 골짜기를 지나 포르스름 연초록 풀빛 번지는 내변산 능가산 등성이를 오른다
비탈길 내딛는 걸음걸음 사각거리는 갈잎 사이사이 햇살 한 줌까지 모아 쥐고 옹색하다 자리 투정한 적 없이 혼신의 힘으로 털보송이 꽃대 밀어 귀 쫑긋 내미는 신비의 꽃이여 참, 여여도 하구나
꼿꼿하게 앞만 보고 걷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 않을 터 순수의 눈으로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만 보이는, 꽃이 질 무렵에야 노루귀 닮은 잎이 돋는, 그리해서 인내와 신뢰를 꽃말로 간직한 넌 가난한 햇살, 청청한 바람 앞에 앙증맞은 귀 쫑긋 세워 세상의 맑은 소리 귀담아듣는가 내 안에도 그 귀 하나 꿈으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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